일단 이번달을 마지막으로 학원 선생님일을 그만 두게 되었다
이유는 단 한가지. 돈이 안된다.
시급 만원을 받으며 일주일에 주5일 출근을 했다.(하루 최대 4시간 일함)
사실 알바생의 입장에선 3시간씩 6일 일하는것 보다 6시간씩 3일 일하는게 나음
월급은 대부분 50만원대 였고(많으면 70만원) 나는 자취를 했었다,
다행히 월세는 엄마가 내주시지만 가스비,전기세,휴대폰비 등 한 달에 고정으로 나가는 비용만 10만원이 넘어 맨날 손가락 빨고 살았다. ㅎ
그래서 약 11개월을 일하고 그만두게 되었다.
단순 돈이 안되서 그런거지 같이 일하는 타과목 선생님과 학원 원장님은 너무 친철하시고도 좋으신 분들 이었다.
나는 중학생 수학을 담당했는데, 사실 중학생이라지만 선생인 나와 나이 차이가 5~7살 차이 났다. 이렇게 보니 선생과 학생의 나이차이라기엔 적어보여서 애들한테 나이를 안 말하고 다녔다. (애들은 내가 많으면 25살, 적으면 23살 인줄 안다. 하지만 난 21살이다.ㅋ)
요즘 중학생들은 자기 잘난 맛에 인생을 사는 애들이다. 근데 그게 중1-중2-중3 순으로 약해진다.
중3 수업 들어가면 애들이 다 착하다. 중2 수업 들어가면 중3분위기 반, 중1 분위기반 이다.
중1 애들이 레전드로 심하다.
<중학교 1학년>
내가 누군가를 가르쳐 본 적이 없기에 학교에서 시험을 안보는 중학교 1학년을 먼저 맡고 담임까지 한다.
담임은 별거 없다. 수업 시작 10분 전에 출석체크하고 핸드폰만 걷으면 된다.
일단 중1 수업을 처음 들어갔을 때 애들이 낯을 안가렸다. 그리고 질문을 정말 많이 했다. 처음 보는 나한테 이렇게 궁금한게 많은가 싶었다.
아직 완전 초딩이다. 근데 14살이 13살보고 잼민이라고 한다.ㅎㅎ
그리고 제일 싸가지 없는 학년이다. 아닌가?
싸가지가 없다라기 보다는 애들이 이 말을 선생님한테 해도 되는 말인지 아닌지 모르는 것 같았다.
예를 들면, "쌤 담배 펴요? 뭐 펴요?" 라던가, 내가 숙제 좀 많이 내줬다고 짜증나서 "쌤 엄마한테 일러서 해고시킬거예요" 라던가(어디서 본 게 있나보다)
언제는 애들이 숙제를 너무 안해오길래 겁주는 식으로 "너네 숙제 안해오면 남길거야" 으름장을 놓았더니 투털대면서 하는 말이 "아니 쌤, 우리 남기면 돈 더 받아요?" 였다. 정말 놀랍게도 위에 있는 말은 한 학생은 모두 다 같은 학생이었다.
이제는 저 버릇없는 애를 다룰 줄 알지만 그 방법을 알게될 때까지 참 힘들었다.
초등학생때도 시험을 안보고 중1때도 안보니 문제를 푸는 방법을 아예 모르는 애들도 많다 아주. 그리고 다들 자기가 제일 똑똑한 줄 안다.. 그래서인지 자기가 푼 문제를 틀리면 자기 답이 맞다고 우기며 고치려고 하지 않고 틀렸다는 표시도 되게 싫어한다. 참... 요즘 애들 고집이 장난이 아니다.
아 그리고 애들이 툭 하면 수업시간에 화장실을 간다. 툭하면 수업시간에 물 마시러가고, 툭하면 수업시간에 복도로 휴지 가지러 간다. 그리고 툭하면 일어나서 자꾸 뭘 한다. 애들이 수업시간에 뭘 많이 먹어서 그러는 것 같다. 애들이 선생님을 참 많이 부른다.... 별 것도 아닌걸로.... 그래서 내가 하루에 선생님 5번만 부르라고 했다. 그럼 좋다고 "썜! 쌤! 쌤! 썜! 쌤!!!!" 이런다ㅋㅋㅋ 근데 아직 애기들이라 그러려니 한다. 정말로 중학교 1학년들은 이제 막 초등학교를 졸업한 초등학생같다.
초등학교를 졸업했지만 초등학생 같은 애들인데 내가 애들한테 초딩같다고 하면 개싫어한다.
<중학교 2학년>
친한데 친하지 않은 느낌?
중2는 제일 나중에 수업을 맡았는데 일단 아직까지 초등학생인 거 같은 애와 중2병이 온 아이와 조용해서 아무 말도 안하는 아이와 시끄러운 아이들이 있었다. 그래도 중1애들 보다는 좀 언니 오빠 같은 느낌이 있긴 하다.
중학교 1학년 애들은 말은 잘 들었다. 근데 중학교 2학년 애들은 또 말은 잘 안듣는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이 되면 남자애들 사이에 진짜 서열? 이라는게 자연스럽게 생기나보다.
자기보다 쎄보이는 애한테는 안 그러면서 자기보다 약해보이는 애한테는 함부로 대한다. 그렇게 자기의 위치와 자존심을 지키는 나이가 되었다. 그리고 우리 학원에 자기 학교 후배가 있으면 그렇게 가오를 부린다. ㅋㅋ.. 원래 이 나이때 남자애들은 다 그런가봐. 공부를 하는 분위기는 어느정도 잡혀있지만 그래도 아직은...
그리고 중1, 중2 애들은 수업하다가 모르는 거 있으면 웬만큼 이해할 때까지 물어보는 편이다. 자기 빼고 나머지가 다 이해 했어도 끝까지 물어본다. 그래서 중2 피타고라스 정리 중 유클리드 정리만 한 3일동안 했다.
<중학교 3학년>
일단 중학생 중 제일 고참으로 멋진 어휘력을 구사한다. (중1: 쌤 저 쉬마려워요. 중3: 쌤 화장실 갔다와도 돼요?)
공부도 하는 애들만 하고 안하는 애들은 안한다. 그래도 수업 분위기는 제일 좋은 편이다. 일단 선생님과의 벽이 아예 없는 중1, 중2 애들과는 다르게 중3애들은 그래도 선생님과 어느정도 벽이 있다고 느끼는지 나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주진 않는다. (중1, 중2 애들은 자기가 학교에서 샤프를 하나 주워서 샤프가 2개 됐다는 거까지 알려준다.) 그래서 사실 나는 오히려 편하다. 수업만하고 가면 되니까.... 중학교 3학년 애들은 수업하다 모르는거 있어도 한 두번 물어보고 넘어간다. 자기 때문에 다른 애들의 수업 시간을 손해본다고 생각해서 인건지 그냥 포기한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리고 공부하는 애들이 있어서 수업 진행하기 제일 수월하다. 스스로 공부하려는 의지가 있어서 수업 시작하기 전에 문제를 푸는 학생들도 꽤 있다. 그리고 제일 나를 선생대우 해주는 학년이다...(중1중2는 나랑 친구다) 그리고 애들이 고등학교에 대한 걱정도 많다. 고1 수학을 같이 병행하는데 애들이 고1 수학만 하면 한숨이 늘어간다. 참 마음이 아프지만 어쩔 수 없다 얘들아.
중학교 3학년이 되면 여자 애들은 알아서들 잘 놀고 남자애들도 알아서들 잘 노는데 그놈의 패드립은 대체 왜 하는 걸까 싶다. 한명이 시작하면 정말 끝도 없이 나온다. 그래서 그만 하고 공부나 하라고 하면 "아니 쌤.. 쟤가 저희 엄마를 건드는데 어떻게 참아여" 진짜 억울한듯 말한다.
좀 말 그대로 양아치인 애들도 있는데(담배 피고 술먹는) 걔네들이라고 해서 선생인 나한테 예의 없게 대하거나 하진 않는다. 얘네들은 진짜 공부 잘 하는 애들도 건드리지 않는다. 그리고 진짜 사회생활 하듯이 능글맞은 애들도 많다. 무작정 떼쓰는 중1 애기들과는 다르게 쌤을 상대로 딜을 시도하는 학년이다.
<전체학년 특징>
내가 한 아이를 보고 있으면 다른 아이가 "쌤!! 저 모르겠어요"한다. 그래서 내가 " 알았어~ 쌤 00이만 봐주고" 하는데 그러면 또 다른애가 "쌤 저 모르겠는데요" 하고 또 다른애가 "쌤 이거는 어떻게 해요?" 그러면 또 다른애는 손을 들고 나를 계속 쳐다본다. 나는 순식간에 대기열에 4명이 생긴다. 근데 계속 손을 들고 나를 쳐다보는 애한테 제일 먼저 가게 된다. 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는 그런건가.. 어쨌든 그래서 자기가 모르는게 있어서 나를 불렀는데 내가 걔를 까먹고 다른 학생를 보거나 하면 삐지고 억울함을 호소한다. ("아니 쌤 제가 먼저 불렀는데...진짜...너무해...") 근데 얘들아... 선생님은 몸이 하난걸,,,,?
여기서는 좀 학년별 특징을 적고자 했는데 뭔가 애들 뒷담화가 되어버린것 같다. 다음에는 11개월동안 애들을 가르치면서 선생님으로서 뿌듯하거나 애들의 귀여운 썰도 풀어볼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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